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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교회 이야기 : 겸손이 지구를 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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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댓글 0건 조회 68회 작성일 19-08-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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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이 지구를 살릴 것이다

송 영 걸 전주대신교회 담임목사

생태적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창조세계의 모든 생명체들이 ‘거룩한 피동성’을 경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거룩한 피동성’은 존재하는 모든 개별자가 미지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자연의 신비 앞에 자신을 단순하게 맡기는 것이 아닐까? 조금만 눈을 들어 생태계를 향해 렌즈를 들이대면, 그 어느 것 하나 자신의 힘으로 자랐다고 우쭐대지 않음을 볼 수 있다.  나는 생태적 삶을 산다는 것은 겸손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머무는 목양실 앞에 정원이 하나 있다. 거기엔 이름 있는 꽃도 있지만, 한 번도 이름을 불러 본 적 없는 꽃들도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천사의 나팔’, 그 둘레에 야생화와 나그네새가 심어 놓고 간 꽃들의 향연에 나는 매일 취한다.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나의 정원, 나는 하루 세 번 정원 속 제단을 향해 경건한 예배를 드린다. 정원 속 내 님들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얼굴을 비춘다. 가느다란 햇빛이 얼굴에 닿자 수줍고 간지러워 고개를 돌린다.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나를 불러 나가보니, 님들에게 즐거운 소식이 왔나 보다. 어느 누구 하나 나를 보며 미소 짓지 않는 이들이 없다. 찾는 이들이 많아 지쳤을 텐데...천사의 나팔은 흔들림 없이 나를 경외심으로 올려다본다. 내게 절을 하는 것 같아 나도 맞절을 한다.

천사의 나팔은 악마의 나팔과 전혀 다른 꽃이다. 독말풀로도 불리는 악마의 나팔은 하늘을 향해 꼿꼿이 피어난다. 이와 달리 천사의 나팔은 지면을 향해 다소곳이 피어난다. 그 꼿꼿함이 서양 사람들 눈에는 하나님과 맞서려는 교만함으로 비춰졌나보다. 그래서일까? 천사의 나팔의 겸손함이 어두운 밤 나에게 당당한 자태로 보여 지는 것은 단순한 착시일까? 그때 나는 알았다. 천사의 나팔은 자신이 어둠에 있을 때 주목하는 이 하나 없다고 느낄 때 오히려 당당하게 된다고.

“내 사랑아 너는 디르사 같이 어여쁘고, 예루살렘 같이 곱고, 깃발을 세운 군대 같이 당당하구나!”(아 6:4) 어여쁘고 당당하고 씩씩하다. 그렇게 오늘 일어난 일들을 쏟아낸다. 자세히 보면, 누구하나 같지 않고, 다른 색상을 걸치고 있다. 무심한 듯 그리고 위태로운 듯 흙속에 발을 파묻고 위태롭게 서 있는 님들이 나의 정원에 모여 있다. 님들이 고맙다. 나의 정원에 있어 줘서 고맙다. 떠나지 않고 함께 있어 줘 고마워! 나를 위해 거룩한 향연을 펼치는 꽃, 풀, 나무, 그리고 풀 사이 기어 다니는 크고 작은 벌레들에게 감사하다.

목양실 창을 열고 드넓게 펼쳐진 생태의 신비를 보노라면, 겸손해 진다. 안개가 자욱할 때, 가끔씩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가 들릴 때 나는 겸손해 진다. 요즘 고양이들이 출몰한다. 고양이는 천진난만하게 먹이를 달라고 기도하며, 다가와 몸을 사람들에게 비빈다. 그러다가 배가 부르면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렇게 사라진 고양이는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난다. 신비주의영성을 아는 걸까? 언젠가 목양실 현관문을 열고 보니, 문 앞에서 대알이(교회를 지키는 고양이)의 눈과 마주쳤다. 마치 하늘의 계시를 받아 내려온 천사처럼 조금의 요동 없이 나를 천천히 바라본다. 약간의 긴장감. 그 순간 경외심이 오래 남는다. 
         
조금만 몸을 낮추고 허리를 굽히면 생태계의 신비가 나를 둘러싸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나와 네가 의미 없고, 나와 그것도 무의미하고 불필요하다. 꽃들과 나무 그리고 이름 모를 풀들이 나의 정원에 내려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름 모를 꽃들과 나무, 그리고 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어준 지렁이흙(우리 교회에서는 지렁이 흙으로 일반 흙을 대신한다.)에게 고맙다. 하늘이 신비한 춤사위를 벌여 만들어낸 변덕스런 비구름에게도 감사하다. 오고 가면서 목사님 앞 정원이라며 앞 다투어 물주고 가꿔주는 교회녹색공동체의 님들에게도 감사하다.

이렇게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들을 편 가르지 않고, 등급을 매기지 않고, 동등하게 처우하며 진정성 있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 생태계를 복원하고, 창조세계를 보전하는 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생명체들에게 겸손해 지는 것, 하늘과 바람과 물과 흙과 나무와 이름 모를 야생화와 고양이를 대상화하지 않는 것, 나는 목양실 앞 나의 정원 앞에 서서 신비에 도취된다.

녹색교회로 지정되면서 공동체님들의 정원 가꾸기가 치열하다. 이런 치열함이 고맙다. 진정한 녹색교회가 되기 위해 한 걸음씩 느리게, 그러나 치열하게 걷기로 했다. 재활용을 줄이고, 남은 음식물을 최소화하고, 지구환경 개선운동에 앞장서기에 앞서 지구생태계의 놀라운 신비 앞에 먼저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겸손이 지구를 살릴 것이다.

(전주대신교회는 지렁이흙으로 생태텃밭을 가꾸며 창조절을 지키는 ‘2019년 올해의 녹색교회’로 선정된 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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